- 글번호
- 101871
- 작성일
- 2023.04.12
- 수정일
- 2023.04.12
- 작성자
- 김태원
- 조회수
- 352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일몰이 아름다운 섬 무의도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일몰이 아름다운 섬 무의도
첨단소재공정공학과 현승균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주홍색 영롱한 태양의 끝자락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아니, 좋아했다는 표현 보다는 붉은 석양 속에서 노란불빛 또는 가끔 주홍색 불빛을 내비치며 서쪽 수평선 밑으로 사라져버리는 태양의 묵묵한 사라짐에 빠져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나는 그 아름다운 석양에 취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에 있는 무의도에 가끔 가곤 한다. 무의도는 행정구역으로는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섬으로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무의도(舞衣島)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2019년에 무의대교가 개통되기 이전에는 배를 타고 겨우 들어갈 수 있었던 작은 섬이었다. 그러나 다리 개통 이후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기존 해안로가 정비되면서 이제는 서해안 제일의 관광명소가 된 섬이다.
‘무의바다누리길 8코스’를 제대로 돌아봐야 무의도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주변 둘레길은 환상적이다. 이밖에 ‘소무의 인도교길’과 ‘명사의 해변길’은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나에게 무의도는 일상에 찌들어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갈하게 정리하고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고쳐먹은 마음으로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곳이 되어 있었다. 영종도에서 잠진도 길을 지나 무의대교를 건너면 무의도의 시작을 알려주는 대무의항을 만날 수 있다.
썰물로 드러난 갯벌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은 항이다. 그 길로 계속 가다보면 무의도 내 다른 항구인 광명항으로 이어진다. 광명항까지 가면 소무의도로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인도교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간 중간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그 드라마의 여운은 이곳 무의도를 휘감아 돌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들러서 사진 몇 장 씩 찍고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의도의 대표해수욕장안 하나개해수욕장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을 수밖에 없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지닌 실미도도 갈라진 바닷길을 오가며 볼 수 있다.
무의도의 매력은 단연 멋진 일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표현을 써야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일몰장면 중 무의도에서 확인한 일몰이 제일 멋진 석양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일몰 명소로 매번 등장하는 곳이니 나의 이러한 무의도 일몰 부심이 결코 허언이나 과몰입 된 개인적인 의견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코로나가 한참 창궐하던 시기인 2020년 겨울. 대면접촉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버린 국가적 환경 속에서 사회 곳곳에서 드라이브 스루라는 새로운 비대면 문화가 시작될 무렵, 어느 날 차를 몰고 무의도에 왔더니 많은 차들이 광명항 앞 주차장에 일렬로 주차되어 있었고, 관광객들 모두가 몰고온 차 안에서 해가 저무는 일몰을 감상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즉 드라이브 스루로 일몰을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일몰을 보러 온 것이지만 이렇게 많은 차들이 일렬로 서쪽 바닷가를 향해 주차하고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는 장면은 가히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이제는 코로나 종식 분위기로 그때와 같은 드라이브 스루 일몰 감상의 풍경은 볼 수 없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장면은 잊혀 지지 않는다.
가족들과 연인과 회사동료들과 그리고 친구들과 무의도의 석양을 감상하러 오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도 다수 중 한명으로서 그 즐거움의 유희에 스스로 빠져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무의도에서의 짧은 추억들은 무의도가 가진 매력도 매력이지만 함께 할 수 있었던 가족들이 있었기에 더 소중하고 깊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가족과의 여행, 무의도의 절경과 무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일몰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겨울의 끝자락에서 찾은 적이 있다. 바다 저 너머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사람들은 소원을 빌지만,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면 소원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살피며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루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반성을 통해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게 하는 에너지가 가슴 속 저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의도는 가볼만한 곳이 아주 많다. 해물칼국수 집을 나서면 소무의도 주변 둘레길 코스가 인상적이다. 여러 코스 중 무의바다 누리길 1코스를 걷다 보면 절벽과 해안길이 뒤섞인 길들이 많아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사방으로 뚫린 바다의 조망이 아주 인상적이다. 무의도의 당산과 국사봉, 그리고 호룡곡산으로 이어진 중급 수준의 산들을 오르내리다 보면 트레킹과 등산의 절묘한 조화를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하나개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진 해안가를 걷다보면 해상관광탐방로로 이어지는데 그곳의 12가지 절경은 안산 대부도의 해솔길을 이미 능가하고 있었다. 무의도로 개통된 다리가 있어서 이제는 편하게 오갈 수 있지만 가끔은 배를 타고 발품을 팔면서 오갔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가끔은 그립듯이 말이다.
집과 가까운 터라 자주 찾았지만 지금 와서 무의도 곳곳을 보니 아직도 볼 곳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무의도다. 오히려 다리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 자주 찾아 이곳저곳을 다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아직도 찾지 못하고 둘러보지 못한 명소들을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더 자주 찾아 우리가족들만의 추억을 진하게 새길 수 있는 우리가족만의 둘레길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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